[writing]안동 태화동에 대한 탐구/에세이
[writing]안동 태화동에 대한 탐구/에세이
brief
1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며 개인적인 삶을 살던 나에게 안동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다양한 권세가문을 배출한 안동에서는 자신의 성씨가 곧 첫인상이 되고, 지나가던 아무개는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 익명성을 가지고 살기는 어려워 보였다. 자신의 뿌리에 대해 잊고 사는 청년들에겐 다소 생소하고 불편한 문화일 수 있다. 나의 성씨인 ‘연안차씨’도 안동 삼태사와 마찬가지로 조상의 고려 개국공신 업적을 인정받아 하사받은 성씨라는데 그게 나의 서울생활과 무슨 연관이 있었겠나. 하지만 안동에서는 아직도 안동의 문중출신들이 국회의원과 시장으로 당선되고 있다.
하지만 달리 보아 땅에 단단히 뿌리내린 채 자손들이 돌아올 곳을 지키며 조용히 서 있는 모습에서 일말의 부러움을 느낀다. 이북출신인 나의 할아버지와 우리 가족들은 남산 아래 해방촌에 살았다. 이제는 돌아가셔서 더는 연례행사로 그곳을 방문하지 않는다. 그 뒤로 우리 가족은 서울의 아파트들을 이사 다니며 떠돌고 있다. 용산구 2층에서 송파구 4층으로, 서대문구 15층에서 은평구 6층으로.
서울에는 뿌리내릴 땅이 없다. 서울사람은 땅에 뿌리내린 식물이라기 보다 떠다니는 조류 같다. 조류는 뿌리, 줄기와 잎이 구분되지 않는다. 스스로 뿌리를 손에 쥐고 떠다니는 꼴이다. 심지어 집들조차 공중에 떠 하늘에 널려져 있다. 서울사람들은 뿌리를 꼬리처럼 엉덩이 아래에 감추고 다닌다. 하늘로 둥둥 떠버리지 않으려면 하루 한번 엉덩이에 힘을 주고 뿌리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러는 사이 서울의 땅은 아스팔트처럼 마르고 딱딱해졌다.
태화동의 땅은 아직 말랑하다. 이곳에 뿌리내린 어르신들은 아직 이웃이 누군지 알고, 가끔 찾아오는 자식들은 옛집에서 추억을 떠올린다. 본문에서 문제로 제기한 것 처럼 한옥을 조금 손보고, 샌드위치패널로 증축한들 무엇이 문제일까. 그 집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본문에선 체류형 관광단지로서 개선방안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이 동네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쓴 내용이다. 언젠가 아파트단지로 개발되지 않기 위해, 현재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했다. 두 주의 워케이션 중 자유시간이 한정적이라 밀도 있게 탐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본문 中)
프로젝트 : 안동 태화동에 대한 탐구/에세이 (안동 2주 워케이션 컨텐츠)
날짜 : 2024.04